라떼군 이야기
지원 끊긴 구형 맥북, AI가 직접 짠 FreeBSD 커널 드라이버로 되살리다
TL;DR 한 개발자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구형 맥북용 FreeBSD 와이파이 커널 드라이버를 밑바닥부터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 코드를 단순 변환(Porting)하는 방식은 실패했지만, AI로 ‘상세 스펙 문서’를 먼저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코드를 짜게 하는 ‘스펙 주도 개발’로 전환하여 복잡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완성해 냈습니다.
최근 AI 코딩 어시스턴트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웹이나 앱 개발을 넘어 OS 커널과 같은 로우레벨(Low-level) 시스템 프로그래밍 영역까지 AI의 손길이 닿고 있습니다. 이 글은 공식 지원이 없는 하드웨어(2016년 맥북의 Broadcom Wi-Fi 칩)를 위해 FreeBSD 커널 드라이버를 AI로 직접 개발한 흥미로운 사례를 다룹니다. 단순한 토이 프로젝트를 넘어, 하드웨어와 직접 통신하는 복잡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AI가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핵심 내용
저자는 처음에 기존 리눅스 드라이버 코드를 FreeBSD용으로 단순 변환하라고 AI에게 지시했으나, 끝없는 커널 패닉과 스파게티 코드를 마주하며 실패했습니다. 이에 접근법을 완전히 바꾸어, AI에게 리눅스 코드를 분석해 해당 칩셋에 대한 ‘클린룸(Clean-room) 스펙 문서’를 먼저 작성하게 했습니다. 이후 여러 AI 모델(Codex, Opus 등)을 교차로 활용해 이 스펙이 실제 코드와 일치하는지 상호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완벽해진 스펙 문서를 바탕으로 AI에게 아키텍처 결정을 내리게 하고, 네이티브 FreeBSD API를 사용하여 처음부터 코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결과 스스로 디버깅하며 동작하는 드라이버를 완성했습니다.
기술적 인사이트
이 사례는 AI를 활용한 복잡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컨텍스트 분리’와 ‘스펙 주도 개발(Spec-Driven Development)‘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합니다. 기존 코드를 그대로 번역하려는 시도는 레거시 시스템의 복잡성과 OS 간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AI의 환각과 오류를 증폭시킵니다. 반면, 코드를 추상화된 스펙으로 추출한 뒤 이를 다시 타겟 OS의 네이티브 코드로 구현하는 ‘디컴파일-리컴파일’ 방식의 프롬프팅은 AI가 명확한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여러 AI 모델을 상호 검증에 활용하는 ‘크로스 체크’ 전략은 사람이 직접 코드를 리뷰하기 힘든 로우레벨 도메인에서 코드의 신뢰성을 높이는 매우 효과적인 엔지니어링 기법입니다.
시사점
앞으로 개발자들은 단순히 코드를 짜는 ‘코더’가 아니라, AI 에이전트들의 작업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실무에서도 레거시 마이그레이션이나 크로스 플랫폼 포팅을 진행할 때, 코드 대 코드 변환을 시도하기보다 AI를 통해 중간 단계의 명세서(Specification)를 도출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 코드를 걷어내고 더 깔끔한 아키텍처로 재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AI가 커널 패닉을 스스로 분석하고 하드웨어 드라이버까지 작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여러분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오래된 기기나 방치된 레거시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제는 AI라는 강력한 조수와 함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