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군 이야기
생각의 종말이 온다? 실리콘밸리의 위험한 신인류와 '대리 사고' 스타트업의 부상
TL;DR 샌프란시스코의 화제작 Cluely는 ‘왜 직접 생각하고 코딩하는가?‘라며 인터뷰와 업무를 AI가 대신해주는 미래를 팝니다. 기술적 깊이보다 무조건적인 ‘실행력(Agency)‘을 숭배하고 인간의 사고 자체를 외주화하려는 이 흐름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는 난해한 B2B 광고와 사회적 붕괴가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으로 변했습니다. 그 혼란의 중심에 ‘생각의 종말(End of Thinking)‘을 예고하는 스타트업 Cluely와 창업자 로이 리(Roy Lee)가 있습니다. 이들은 코딩 인터뷰를 AI로 통과하게 돕는 툴로 시작해, 이제는 업무와 데이트까지 AI에게 맡기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것이 기술의 진보일까요, 아니면 인간 지성의 퇴보일까요? Harper’s Magazine의 날카로운 관찰을 통해 테크 업계의 새로운 세대를 분석합니다.
핵심 내용
원문은 Cluely(구 Interview Coder)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변화하는 실리콘밸리의 풍토를 조명합니다. 창업자 로이 리는 ‘AI가 있는데 왜 암기하고 코딩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미래는 깊은 사고력이나 기술적 전문성이 아닌, AI를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에이전시(Agency, 주도적 실행력)‘를 가진 자들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사회가 AI를 활용하는 극소수의 슈퍼 리치와 그렇지 못한 잉여 계급으로 나뀔 것이라 믿으며,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바이럴 마케팅과 속도전에 집착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Meritocracy)와 장인 정신이 무너지고, ‘생각하지 않고 실행하는’ 문화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적 인사이트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Cluely 현상은 심각한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기술적으로 Cluely는 LLM 위의 얇은 래퍼(Wrapper)에 불과하며 제품 자체도 불안정하지만, 그들이 파는 것은 ‘과정의 생략’입니다. 개발자가 로직을 고민하고 디버깅하며 얻는 ‘암묵지’를 건너뛰고 결과값만 취하려는 시도는, 결국 시스템이 복잡해지거나 AI가 해결 못 하는 엣지 케이스가 발생했을 때 엔지니어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코드는 AI가 짤 수 있어도, 시스템 전체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어야 합니다. 이는 ‘도구의 활용’과 ‘지능의 위탁’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입니다.
시사점
이러한 흐름은 채용 시장과 개발 문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LeetCode 식의 알고리즘 테스트는 이제 변별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기업은 지원자가 AI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넘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개발자들에게는 단순 코딩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과 ‘통찰력’이 더 중요한 스킬셋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업무 보조와 부정행위 사이의 윤리적 경계가 흐려짐에 따라 조직 차원의 가이드라인 재정립이 시급해졌습니다.
로이 리의 비전처럼 우리는 생각하는 고통을 덜어내고 AI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실행 기계’가 되어야 할까요? 기술이 사고를 대체하는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인간적 가치’와 ‘진짜 엔지니어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