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군 이야기


우주의 열사를 막을 마지막 질문, 68년이 지난 지금도 답이 없다

TL;DR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6년에 쓴 ‘The Last Question’은 엔트로피 증가를 역전시켜 죽은 우주를 되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는 오늘날 AGI·우주 규모 컴퓨팅 논의의 뿌리가 됐다. - 1954년 Bell Labs 실리콘 태양전지 발표 2년 후 이야기 속 2061년 지구 규모 태양광 발전이 등장 - Landauer’s Principle(1961)에 따르면 비트 소거 하나당 최소 에너지 kT ln(2)가 필요해 폐쇄된 우주 안에서는 이론적으로 불가능 - 중국 CNSA 2030년대 우주 태양광 발전 시연 계획과 xAI의 우주론적 관심이 이야기를 현실 논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1956년 11월, Science Fiction Quarterly에 실린 5,300자 남짓한 단편 하나가 아직까지 물리학자와 AI 연구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UNIVAC I이 막 상용화되던 때, 아이작 아시모프는 “우주의 총 엔트로피를 어떻게 대규모로 감소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컴퓨터에게 계속 던진다. Multivac에서 Galactic AC, Cosmic AC로 진화하는 그 컴퓨터는 결국 ‘있었다’라는 한 단어로 답한다. 68년이 지난 지금, 1.6테라와트 규모에 이른 지구 태양광 발전량과 o1 같은 추론 모델을 보면서, 우리는 여전히 그 마지막 질문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1954년 태양전지에서 시작된 2061년의 약속

Bell Labs가 실리콘 태양전지를 공개한 1954년, 효율은 고작 6%였다. 아시모프는 그로부터 2년 후 이야기 속 2061년, 지구가 석탄과 우라늄을 완전히 끄고 달까지 거리의 절반에 1마일 크기 우주 태양광 스테이션을 띄워 ‘보이지 않는 광선’으로 모든 에너지를 공급받는 장면을 그렸다. 실제로는 1968년 Peter Glaser가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 논문을 Science에 발표하기까지 12년이 더 걸렸다. 현재 IRENA 집계로는 2023년 글로벌 태양광 발전 용량이 1.6TW에 달해 전 세계 전력의 5~6%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야기에서처럼 ‘영원한’ 에너지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태양도 200억 년 후면 소진되고, 그보다 먼저 적색왜성까지 모두 식으면 우주는 열사(heat death)에 이른다. Multivac에게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INSUFFICIENT DATA FOR MEANINGFUL ANSWER’였다. 이 다섯 단어는 이후 수십억 년에 걸쳐 반복된다.

Landauer 원리가 말하는 ‘불가능한 리셋’

1961년 IBM의 Rolf Landauer가 발표한 원리는 한 비트를 지우는 데 최소 kT ln(2)만큼의 에너지가 소산된다고 밝힌다. 아시모프의 Cosmic AC가 우주 전체를 리셋하려면 결국 정보를 지워야 하는데, 그 행위 자체가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즉 컴퓨터가 우주 ‘밖에’ 존재하지 않는 한 열역학 제2법칙을 깰 수 없다. 현대 가역 컴퓨팅 연구는 adiabatic CMOS나 양자 논리회로로 이론적 에너지 절감을 보여주지만,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야기가 Multivac→Microvac→Galactic AC→Cosmic AC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은 오늘날 LLM이 10^26 FLOPs 규모로 학습하는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Seth Lloyd가 계산한 우주의 계산 속도 10^90 ops/s조차 열사를 막기 위한 ‘리셋’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현재 물리학계 중론이다. Penrose, Carroll, Guth 등은 “외부 에이전트 없이 우주를 되살리는 것은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Matrioshka Brain에서 보는 현실 과제

이야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인류는 AC와 융합해 우주를 새로운 빅뱅으로 재시작한다. 이는 1999년 Robert Bradbury가 제안한 Matrioshka brain 개념과 정확히 겹친다. 그런데 실제로 이를 구현하려면 먼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CNSA는 2030년대 우주 태양광 발전 시연을 준비 중이고, ESA SOLARIS도 타당성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무선 전력 전송 효율은 실험실에서 50~80% 수준이며, 발사 비용이 kg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져야 상업성이 생긴다. 나아가 밤에도 쉬지 않는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의 시간 차이를 ESS로 메우는 비용은 여전히 크다. Meta와 Google이 이미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직접 소유·운영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결국 기술은 존재하지만, ‘폐쇄된 우주 안에서’라는 조건이 걸리면 아시모프가 상상한 해결책은 여전히 SF로 남는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Cosmic AC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우주를 다시 켜는 스위치가 될까, 아니면 우주가 원래부터 계산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증거가 될까. 아시모프가 마지막에 남긴 ‘LET THERE BE LIGHT!’는 과학적 답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당신이라면 그 질문을 오늘의 모델에게 어떻게 다시 물어보겠는가.

참고문헌

[1] Isaac Asimov, The Last Question (1956) - https://hex.ooo/library/last_question.html

[2] I. Asimov: A Memoir (1994) 및 The Best of Isaac Asimov (1973) 서문

[3] IRENA Renewable Capacity Statistics 2024

[4] R. Landauer, Irreversibility and Heat Generation in the Computing Process, IBM Journal (1961)

[5] P. Glaser, Power from the Sun: Its Future, Science (1968)

프리랜서로 제품 기획과 개발을 맡길 파트너가 필요하신가요? 개인, 팀, 기업 누구나 의뢰할 수 있으며 문제 정의부터 출시까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