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무실 근무가 힘든 만큼 원격 근무로 도입한 회사들이 많아졌다. 원격 근무를 미리 시작한 나는 내가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빠르게 이 상황들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모두 힘들 모아 지혜롭게 이겨 냈으면 한다.

나는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2016년부터 원격 근무를 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로 원격 근무를 했었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있긴 했지만, 원격 근무의 시간은 점차 늘어나 현재는 완전히 원격으로만 근무하고 있다.

처음 원격 근무를 시작할 때는 막연하게 장점만 있을리라 생각했는데 결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당시 준비 없이 원격 근무를 시작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 당시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글은 내가 원격 근무를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일들을 정리한다. 현재 원격 근무를 고려하고 있거나 이제 막 시작한 회사와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업무 공간

원격 근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조용한 업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장소와 생활하는 장소를 반드시 분리해야 하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집이 업무 공간이 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나는 집을 이런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실패했다. 그래서 결국 지금은 다른 업무 공간을 찾았지만, 여건이 된다면 집은 가장 좋은 원격 근무지가 될 것이다.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업무 공간을 차례대로 정리해 봤다.

일주일에 이틀의 원격 근무를 시작할 당시 당연히 집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이 업무 공간이 되려면 가족들의 엄청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은 그다지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한 공간이 아님도 알게 되었다. 낮 시간에 집은 (아파트 기준으로) 출근 시간과 퇴근 후 시간의 집과는 아주 달랐다. 옆집의 개 짖는 소리, 아파트 안내 방송 소리, 집에 방문하는 택배 기사, 피아노 소리, 세탁기 소리, 가끔이긴 하지만 공사 소리 등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만약 집에 어린아이가 있다면 집은 절대 업무 공간이 될 수 없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집은 업무 공간해서 배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집에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장시간 업무를 하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짧은 시간 책을 보거나 잠깐씩 다른 일을 할 때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원격 근무를 시작해 보니 장시간 업무를 해보니 생각보다 불편함이 컸다. (이 일을 겪은 후 다음에는 더 좋은 책상과 의자를 사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동안 당연히 어디에나 있을 줄 알았던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 및 모니터뿐만 아니라 각종 사무기기가 업무 능력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집은 너무 편안한 장소이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 공간으로 좋지 않았다. 소파의 안락함, 티브이의 유혹 등 나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넘쳐났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장시간 집중해서 업무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집이 업무 공간이 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좋은 건물과 사무실도 복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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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업무 수행하는 며칠 동안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원격 근무를 한다는 약간의 죄책감(?)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떨어졌다. 그 당시 생산성을 정량적으로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보통 하루짜리 업무라고 생각되던 일들이 하루 이상 걸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였기에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산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후 단락에서 다시 얘기해보겠다) 그리고 장기간 집에서 혼자 일을 하다 보니 고립감이 심해지는 것도 큰 문제로 느껴졌다.

카페

집이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후 기회만 되면 카페로 노트북을 들고 나갔었다. 그 당시 나는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가장 일하기 편한 곳을 찾아다녔다. 손님이 별로 없고, 오래 있어도 눈치 주지 않는 그런 곳을 말이다. 하지만 동네 카페들은 생각보다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 당시 동네의 거의 모든 카페를 한 번씩 가봤었다. 카페에서 업무를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은 “오래 있을 수 있는지?”, “WiFi는 잘 되는지?”, “전원 콘센트는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손님이 되도록 적은 곳인지?”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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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거쳐 카페를 돌아다닌 끝에 꽤 괜찮은 카페 하나를 찾았다. 큰 카페였지만 손님은 많지 않았고 모두 아르바이트 직원뿐 이어서 오래 있어도 별로 눈치 주지도 않았다. 원격 근무일마다 매일 카페로 출근해서 4~5시간씩 업무를 했다. 그리고 부족한 업무는 집에 돌아와 저녁 시간에 보충했었다.

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것에는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전원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없거나 WiFi가 갑자기 안되거나 손님이 많아서 너무 시끄러운 경우도 많았다. WiFi가 안돼고 시끄러워도 그 공간은 사무실이 아니기에 불만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사무실처럼 더 편안한 장비를 세팅하기도 힘들었다. 백팩에 최대한 많이 가지고 다녀보기도 했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결국 카페는 주 업무공간에서는 제외했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자리와 소음 때문이었다. 카페는 지정석이 아니기 때문에 갈 때마다 그때 상황에 맞게 자리를 결정해야 했고 별로 좋지 않은 자리에 앉게 된 경우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백색 소음은 집중에 도움이 된다지만 더 시끄러운 소음은 집중에 방해가 됐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가 편안한 환경에서 더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클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 환경에서 업무 시간만 늘어나다 보니 당황스럽기도 했고 원격 근무의 장점이 많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것은 집에서 혼자 일할 때처럼 깊은 고립감은 없었지만,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생산성도 높지 않은데 일한다고 배려해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때부터 어떤 작업을 하던지 생산성을 염두하기 시작했다. 예상 시간과 실제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연습하기 시작했다. 꽤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마침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구립 도서관이 있었다. 요즘 도서관은 노트북 열람실 또는 전자 열람실이 따로 돼 있어서 키보드 소리에 눈치 보지 않고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다. 도서관은 꼭 공부만 해야 하는 곳은 아니기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쾌적한 업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카페보다 못한 점이라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점이었는데 아침에 조금 일찍 서두른다면 카페에 먼저 들려서 준비해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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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운이 좋은 경우라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서 원격 근무의 장점을 살리면서 생산성까지 향상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한 경우라 생각한다. 이후 도서관의 자리 싸움이 치열해져 지금은 비슷한 거리에 있는 공유 오피로 옮겼다. 하지만 도서관은 가끔 다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사무실과 비교해도 절대 나쁘지 않은 업무 공간이다.

새롭게 원격 근무 환경을 세팅해야 하는 경우라면 가까운 도서관의 노트북 열람실, 스터디 카페 또는 아주 가까운 거리의 공유 오피스를 가장 높은 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 공유 오피스를 생각하고 있다면 고립감이 높은 1인실보다는 여러사람과 네트워킹이 가능한 오픈 데스크를 더 추천한다.

업무 시작

장소가 정해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때이다. 원격으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장비를 지급해 주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라도 필요한 장비는 꼭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최대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불편함이 없는 수준으로 하드웨어 장비 및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처음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낭비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지나고보니 절대 낭비가 아니었다. 필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되면 최대한 빨리 결정하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살까말까 할때는 사라)

처음에 나는 노트북, 거치대, 키보드, 마우스 등을 따로 구매해서 사용했었고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브 모니터도 구매해서 사용했었다. 집에서는 더 편안한 환경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이고 외부에서는 휴대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업무 수행하기 편안한 환경으로 만들어 놨다. 사무실 환경 수준으로 업무 환경으로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상하게 사무실 근무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원격 근무에서는 장비가 좋을수록 업무 효율이 비례해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의사 소통

패러독스

원격 근무 패러독스(paradoxes of remote working)에는 원격 근무 시 강박적으로 의사소통하지 않으면 팀이 자신의 노력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된다. 반면에, 의사소통을 많이 하면 팀에 성가시게 되고 팀원들은 내가 업무에 적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의사소통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수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결정하는 것은 꽤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격 근무 시 하루종일 따로 의견을 나눌 것이 없으면 업무와 관련된 이슈 하나 정도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투명성

원격 근무 시 사무실 근무보다 더 투명하게 자신의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에게 일하는 장소까지 세세하게 알릴 필요는 없지만 일을 하는 날과 그러지 못하는 날, 일하는 시간 정도는 공유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 스케줄도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좋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급하게 회의를 소집하거나 의견을 듣고 싶을 때 이런 일정을 알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관리자도 원격근무가 도입되면 바로 피드백을 받기 힘들고 직원들도 업무 성과에 대한 칭찬이나 피드백을 대면해서 줄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직원들은 현재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모를 수 있는데 관리자의 피드백도 원격 환경에 맞도록 변경되어야 한다. 업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더 빠르게 피드백을 하고 의사소통 과정에는 정확히 잘 전달되었는지 서로 재차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해

원격 근무를 하다 보면 대부분 문자 또는 이메일을 통해서 의사 소통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쉽게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인간적으로 이미 잘 알고 있는 동료들이라면 별 문제없고 오해가 생겨도 금방 풀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처음 만나는 관계나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일 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성향인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고 어떤 말을 했을 때 기분 나빠할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원격 근무를 하더라도 가끔 또는 주기적으로 동료들과 오프라인으로 만나 인간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볍게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는 오해가 생길 수 있는지 한 번 더 점검해보자. 온라인상에서는 의도적으로 더 부드러운 메시지를 사용해야 한다. 별 의미 없는 메시지이지만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아무렇지 않은 대화가 온라인에서 누군가에게는 거칠 거나 아플 수 있다. 아무 의미 없이 보낸 메시지도 받는 사람에게는 분노가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오해가 생겼을 때 더 곪지 않도록 바로 문제를 드러내고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원격 근무는 실제적인 대면 대화를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관리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피드백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가능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의사소통을 위한 업무 툴은 꼭 필요하다. 어떤 툴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팀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툴이라면 충분하다. 원격 근무를 위한 툴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상대방이 항상 근무 중이며 언제든지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화 (슬랙)

슬랙은 기업과 팀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슬랙을 이용하면 사무실 근무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료와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슬랙의 장점은 특정 팀 구성원을 위한 주제별 포럼 등을 여러 채널로 나누어 대화할 수 있고 개별 동료와 사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여 실제 사무실에서 대화하는 수준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을 설치해두면 이동 중에도 자신을 지정한 메시지나 원하는 키워드의 알림을 받을 수도 있다.

원격 근무를 하면 서로 근무시간이 다를 수 있고 심지어 시차까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알림을 발생하는 메시지는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 시간이 아닐 때 슬랙에 방해금지 시간을 설정해서 알림을 방지하여 원격 근무에서 일과 생활이 섞이는걸 방지할 수 있다. 슬랙 도움말에 따르면 메시지를 입력 후 수정해서 맨션을 추가하면 알림이 가지 않는다고 하니 이를 활용할 수도 있겠다. 이 방법은 실시간 알림만 안 갈 뿐 나중에 앱을 켜면 배지를 통해서 알림을 확인할 수 꽤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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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이 편하고 좋긴 했지만 원격 근무의 비동기식 피드백에는 적합한 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급하지 않은 업무는 차라리 전통적인 방식인 이메일로 하는 것이 더 좋았다. 이메일의 장점은 원격 근무자가 가능할 때 답을 해도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성하는데 많은 부하가 걸린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 업무에서 외면받고 있다.

원격 근무는 비동기식으로 진행되는 업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에서는 슬랙과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툴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슬랙을 사용하고나서 업무는 더 타이트해졌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실시간 메시지 툴을 사용하는데 가장 주의할 점은 내가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 비록 원격으로 근무하는 중이라도 사무실에서 갑자기 옆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화상 회의 (행아웃)

많지는 않지만, 화상회의가 가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나는 구글의 행아웃을 이용해서 화상회의를 했었는데 대부분 구글 계정이 있었고 이미 스마트폰에 행아웃이 설치돼있는 경우도 있어서 접근하기가 쉬웠다. 물론 회의는 전화로도 가능하겠지만 컴퓨터 화면이나 PPT를 공유하면서 얘기해야 하는 경우라면 화상회의 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사무실 근무 없이 완전 원격 근무로만 이뤄진 환경이라면 특별한 업무가 없어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가끔 화상 회의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다.

감정적인 대화같이 자칫 텍스트로 전달할 때 쉽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것들도 있는데 이런것도 화상에 적합하다. 사무실에서 있으면 서로를 바라보며 미묘한 감정이나 신체 언어를 통해서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원격 근무일 경우 이런 것들이 부족하여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상 화상회의는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을 때 하는 것이 좋았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면해서 대화하는 수준처럼 매끄럽지는 못하였고 상대방이 하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만약 피곤한 상태이거나 주위가 시끄럽거나 산만할 때 진행한다면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회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만약 화상회의를 한다면 반드시 미리 일정을 잡고 의제를 공유한 후 진행해야 한다. 화상회의를 위해 참석자는 회의 내용을 미리 준비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시간을 내서 참석하는 회의인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 주의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화상회의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진행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텍스트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단순히 텍스트로 전달하기가 답답하기 때문에 화상회의를 하려고 하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생산성

목표 설정

원격 근무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이기에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사무실에 있는 것 보다 프로젝트의 이해가 떨어질 수 있어서 보다 명확하게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좋다. 팀 단위로는 최소한 주 단위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좋겠고 개인적으로는 팀에 공유하지는 않더라도 하루 단위의 목표가 있어야 나태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는 먼저 프로젝트별로 매일 세부 일정을 쪼개놓고 오늘 어떤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소요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소요 시간 측정은 연습이 필요하므로 처음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정확하지 않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계속 조절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스케줄은 누적되어 기록하다 보면 점차 더 정교해지고 쌓이다 보면 추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꽤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한 수준까지도 이르게 된다. 이렇게 쌓인 측정은 원격 근무자는 물론 팀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업무 공유

원격 근무에서 스케줄 공유는 자주, 정확히 할수록 좋다. 단 업무 공유가 다른 작업자에게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 실시간 메시지 툴 보다는 필요할 경우 다른 작업자가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지금 하는 있은 언제 끝나는지, 그다음 계획된 작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 공유할 수 있는 정도의 툴이면 충분하다. 만약 업무를 진행하다가 해당 업무가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그럴 리는 없지만) 빠르게 진행될 경우 계속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구글 캘린더를 통해 일정을 관리하고 있고 업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현재 아나사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 캘린더

구글 캘린더는 친숙한 환경인 달력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월 단위로 한눈에 일정을 확인 할 수도 있고 필요할 경우 주 단위 또는 일 단위로도 볼 수 있다. 보통 스케줄을 잡을 때는 전체 일정을 확인해야 하므로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보고,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날을 스케줄을 한 번씩 확인하고 있다. 일정을 별도 색을 지정해서 관련 있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개인 일정도 별도로 표기할 수도 있다. 일정이 다가오면 앱 또는 이메일로도 알림을 확인할 수 있으니 중요한 일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여담이지만 최근 구글 캘린더를 통해서 목표를 설정해서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과 하루를 더 알차게 사용하고 싶은 원격 근무자가 있다면 꼭 한번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아사나

아사나는 여러 가지 형식의 기능을 지원하지만 이 툴의 가장 강력한 것은 업무 요청을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Todo를 작성하는 것처럼 업무 목록을 만들 수 있고 작업자를 할당하여 관리할 수도 있다. 더 많고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경우 자체 기능과 플러그인으로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 만약 아직 업무에 적합한 툴을 찾지 못한 조직이라면 아사나를 통해서 먼저 조직이 원하는 툴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트렐로

트렐로는 다른 사람과 협력해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툴이다. 프로젝트 및 업무별로 보드를 생성한 후, 그 보드에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할 수도 있는데 리스트에 텍스트, 파일, 사진 등이 포함된 개별 항목까지도 카드로 구성할 수 있다. 각 카드에는 동료가 생각과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코멘트 피드를 포함할 수 있고 모든 코멘트, 추가 사항, 편집 사항, 초대한 사람이 한 장소에 상세하게 목록으로도 표시된다.

트렐로도 꽤 좋은 툴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상황고는 잘 맞지 않았다. 트렐로의 카드를 업무의 테스크 정도로 써보려는 나의 시도는 카드가 쌓이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겨났고 우선순위를 한눈에 설정하기가 힘들어 뒤죽박죽이 되었었다. 그리고 트렐로는 기능을 잘 쓰고자 할수록 자체 기능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였고 추가적인 플러그인 들을 계속 결합하여 사용하게 되어 툴이 너무 복잡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향상

방해되는 요소 제거 (방해금지 모드)

원격근무는 누구도 감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만약 알람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면 다시 집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회사에서 일할 때 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한번 딴짓을 시작하게 되면 재제하는 사람도 없기에 잘못하면 하루 업무를 망칠 수 있다. 결국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업무에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반드시 제거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나는 요즘 가장 방해되는 요소는 스마트폰의 알림이었는데 그래서 업무시간에는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처음에는 업무시간에만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해서 썼었지만, 현재는 항상 방해금지 모드를 켜고 사용하고 있다. 항상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있는 요즘 여유가 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대부분 들여 보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알림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스프린트 (뽀모도로 타이머)

원격근무에는 의도적으로 집중해서 일하고 짧지만, 규칙적으로 휴식하는 것이 업무 향상에 도움이 됐다. 집에서는 구글에서도 많이 사용한다는 뽀모도로 타이머를 사용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Visual Timer라는 앱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뽀모도로 타이머를 사용할 때는 제한 시간 내에 어떤 업무를 끝낼지 먼저 설정해야 한다. 마치 시험 보기 전에 벼락치기를 하거나 마감이 임박한 상태에서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내 능력 이상의 능력이 가끔 발휘됐던 경험들을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텐데 스프린트 집중은 그런 경험을 매 스프린트마다 경험하게 해준다.

The Pomodoro technique

하나의 업무를 시작할 때 예상되는 시간을 측정해보고 타이머를 맞추고 그 시간 내에 끝내도록 노력해보고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확인해보자. 처음에 이걸 사용한 후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 놀랐던 적도 있었다. 단시간 집중해서 많은 일을 해야할 때 아주 효과적이다.

업무 측정

측정하지 않은 것은 개선할 수도 없기에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꼭 측정을 시도해 봐야 한다. 문제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앞서서 나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이 단위 업무가 얼마나 걸리는 일인지 예측하고 시작한다고 했었는데 toggleharvest를 사용해서 실제 소요되는 업무 시간을 측정했었다. 스톱워치와 비슷한 방식으로 업무 시작할 때 스위치를 켜고 휴식을 취할 때 잠시 멈추고 업무를 종료할 때 스위치를 끄는 방식으로 해당 업무에 소요되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toggle이나 harvest외 대부분의 시간 측정 툴들은 트렐로나 아사나와 연동이 되기 때문에 업무 테스크와 연동하여 어렵지 않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툴을 사용하고 느낀 점은 내가 예상한 소요시간과 실제 걸리는 시간의 오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과 하루 근무시간 상당한 시간이 업무 외 다른 활동들 때문에 흘러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최소한 하루에 8시간 이상을 근무를 한다고 생각 했었지만, 실제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부끄럽지만 이 툴을 처음 사용했을 때 하루 8시간 자리에 앉아 있어도 4시간 집중해서 업무 수행하기도 힘들었었다. 그리고 원격 근무 중 실시간 메시지를 받음으로써 흐름이 끊기는 일이 얼마나 빈번하고 다시 집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도 수치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보다 업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건강

규칙적인 업무 시간

원격 근무하고 규칙적인 업무 시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원격 근무도 사무실 근무자와 비슷하게 규칙적인 업무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년간 원격 근무를 해본 결과 더 여유로울 것이란 생각과 달리 실제 출근해서 일하는 경우보다 더 과도하게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어디에서든 업무가 가능한 환경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원격 근무로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무실 근무자들에게 생기는 부채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업무수행 방식은 장기간 원격 근무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격 근무지만 규칙적인 업무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원격 근무의 장점을 자유로운 근무시간 보다는 사무실 근무를 하지 않음으로써 아낄 수 있는 출퇴근 시간,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점심시간 등에서 찾는 것이 좋다. 여기에 추가로 생산성 향상까지 고민한다면 사무실 근무보다 더 적게 혹은 비슷하게 일하면서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휴식과 운동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심지어 정해진 점심 시간도 것이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예전에 나는 급한 일이 있을 때 점심을 거르는 일이 많았고 심지어 아침에 출근한 후 종일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지나고 나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런 업무수행 방식은 장기적으로는 자신에 건강에 좋지 않았다. 시간을 정해서 집중하고 일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았고, 너무 붐비는 시간은 피하더라도 식사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서비스에 중대한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원격 근무라고 해서 아무 시간이고 바로 응답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정해진 근무시간이 끝나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업무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격으로 일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도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원격 근무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해변에서 코딩하는 모습을 꿈꿨었지만, 직접 경험해본 결과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격 근무를 잘 활용한다면 꿈꿔 왔던 그런 환경은 아닐지라도 사무실 근무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 아이의 등하교를 도와줄 수도 있고 만원 버스나 지하철 대신 업무시간 전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취미 활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원격 근무로 편안함과 나태한 모습을 바란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원격 근무를 도입한다는 것은 도전적인 과제임에 틀림없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현재 우리나라 IT 인프라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업무 툴들은 지금 당장 원격 근무를 시작해도 문제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원격 근무에 들어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로 관리에 대한 불안과 전통적인 업무 할당 방식으로는 일의 진행이 힘들거나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무실 근무에서는 위에서 주어진 업무를 잘 하고 관리자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더 중요했겠지만, 원격 근무가 도입되면 스스로 업무를 정의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원격 근무자를 위한 평가 방법도 새롭게 변경해야한다. 원격 근무의 성공 여부는 결국 이를 운영하고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격 근무를 회사에서 제공하는 하나의 복지로 생각하기보다는 사람에 따라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원격 근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굳이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맞출 필요도 없다. 따라서 회사도 원격 근무자를 특별히 배려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도 안된다. 지금 바이러스의 확산과 같은 상황으로 원격 근무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번 일이 끝나더라도 원격 근무는 일시적인 이슈를 넘어서 앞으로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잡게 되리가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