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실히 지난 10년 전 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적어졌다. 물건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있다. 책, 가전제품, 의류에서부터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품까지 몇 번의 클릭으로 간편하게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2년 사이에 이렇게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나의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데스크톱 PC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빈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조사된 객관적인 사실도 나의 구매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과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국내 소매 시장 규모는 349.4조 원으로 이 중 온라인 쇼핑 시장이 47.6조 원으로 전체 14%에 달한다. 또한, 그 추이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1. 특히 모바일 쇼핑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2012년 1,7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83% 증가한 수치이며 이 수치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추이로 2013년 모바일 시장은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결과는 온라인 시장이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고 이 중 특히 모바일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많이 구매하다 보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다. 이는 소비자 구매 의사 결정 과정 대안 평가 중 휴리스틱(Heuristic)의 방법을 이용하는 방법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온라인으로는 품질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의류 등의 경우는 경험적으로 구매하여 만족했던 브랜드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경우에만 구매하고 그 외 온라인 콘텐츠나 품질이 동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 제품 등을 구매하고 있는 식이다.

2013년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총 4일 동안 개천절과 샌드위치 휴일을 맞았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의 1년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였다. 이번에도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지만, 모바일 콘텐츠가 시장이 성장한 덕분에 집에서 영화 보기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해보면 바라는 이상적인 상태(Ideal state)가 좀 더 흥미로운 기분이었다면 그 당시 느끼는 현재 상태(Actual state)인 한동안 영화도 보지 못했고 기분도 따분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니즈(needs)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니즈와 구매 경험에 따라 지난 2013년 10월 3일 모바일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일대기를 그린 ‘잡스’2 영화 콘텐츠를 구매했다. 하지만 그 결과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을 했다.

물론 영화를 선택할 때 아무런 정보 탐색 없이 바로 ‘잡스’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먼저 어떤 영화를 선택할 것 인지를 영화 판매 사이트에서 검색했다. 불법으로 보는 방법을 제외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더라도 판매 사이트에 없다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최근 인기 영화와 나의 성향이 분석된 개인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 사이트에서 추천하고 있는 영화를 우선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 중 기존 프로모션을 통해서 많이 접했거나 한번 쯤 보고 싶었다고 생각한 영화를 우선 생각하였다. ‘숨바꼭질’3, ‘더 테러 라이브’4, ‘잡스’, ‘나우 유 씨미’5가 영화 제목을 일종의 브랜드로 간주했을 경우 상기 상표 군에 해당하였다. 그리고 이 중 ‘잡스’와 ‘더 테러 라이브’를 고려 상표군으로 그리고 이 고려 상표군을 그대로 선택 집합에 포함 시켰다. 그리고 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비록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지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최종적으로 ‘잡스’를 선택하고 되었다.

물론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잡스’는 영화 대여 비용이 4,000원이지만 개천절 휴일 기념으로 프로모션으로 1,000원 이하의 싼 가격으로 대여가 가능한 영화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대안 중에 결국 ‘잡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작품의 외재적 정보(Extrinsic Information)인 스티브 잡스의 업적들로 영화의 재미를 추가로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후광 효과(Halo Effect) 일수도 있지만 내가 지금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뛰어난 인물을 다룬 영화라는 것도 이 영화를 최종 선택하기까지의 긍정적인 주관적 평가 요소로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구매는 대체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다른 모바일 플랫폼들이 그렇듯이 PC보다 구매 절차가 간편해지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PC에서는 신용카드로 구매할 경우 카드 번호와 카드 비밀번호 그리고 카드인증코드(CVS, Card Verification Code)를 추가로 입력하거나 카드 번호와 공인 인증서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이미 등록한 카드가 있거나 기존에 한번 결제한 카드가 있을 경우 다음번 구매 시부터는 간편하게 단 한번의 클릭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이런 결제 방식 때문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실수로 큰 금액의 결제를 하는 등의 피혜 사례6도 발생하고 있긴 하지만 대체로 대다수 사람들은 편리하고 사용하고 있다. 또한, 간편 결제 덕분에 소비자들은 계획적이든 비 계획적이든 빠르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내가 만약 이 영화를 보고자 했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호기심 때문에 충동구매를 했을지라도 즉각적이고 빠른 결제로 반응하기 때문에 구매할 가능성도 높고 구매 후 한번 쯤 콘텐츠를 사용해 볼 가능성 역시 높다. 그리고 구매 후 만족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아주 느리고 불편한 환불 절차는 구매자로 하여금 충동구매로 인한 부정적 결과에 빠른 체념과 구매 행동에 대한 의도적인 무관심으로 이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구매 후 바로 영화를 시청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더라도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도중에 영화를 꺼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기존에 봤던 영화들처럼 후반부에 돌입해서 흥미진진 해지거나 ‘식스 센스’처럼 결말에 내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을 조금은 기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현실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R. Oliver의 기대-불일치 패러다임에 적용해보면 부정적 불일치의 경우로 처음 많은 기대를 했고 구매 후 기대보다 못한 성과를 얻은 결과로 불만족이 증가한 경우로 분석된다.

불만족한 원인을 다시 분석해보면 결국 이 영화를 통해 기대했던 재미를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원인을 생각해보면 기존에 봤던 다른 비슷한 소재의 영화인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의 비슷한 재미 수준을 만족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는 나의 기대와 감독의 실제 연출력의 차이, 영화가 추구하는 목적이 나와 맞지 않과 영화를 보기 전 접했던 예고편 영상 이상의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점 등이 내가 불만족을 느꼈던 상세 이유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불만족은 느끼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이 나와 같은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만족했을 경우보다 불만족했을 경우 더 적극적으로 불만족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불만족의 표시로 나는 영화 판매 사이트에서 해당 콘텐츠에 낮은 별점과 추천하지 않는다는 댓글을 기록에 남겼다. 그리고 만족했을 경우는 절대 하지 않았을 다른 영화 관련 사이트까지 방문해서 별점을 추가하거나 댓글을 남기기까지 했다. 이는 다른 사람이 내 평가를 보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보다는 내 불만족을 어떤 식으로든 나타내고 싶은 생각에서 이런 행동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구매 후 행동이 다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구매 영향을 주지 않았음이 확실하다. 따라서 기업 또는 마케터들은 구매 후 불만족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와 같은 소비자에게는 댓글을 분석하여 어떤 점이 불만족했던 점인지 분석해야 하고 만약 소비자가 영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못하여 재미를 느끼지 못한 부분 때문이었다면 이를 재해석하여 추가 설명을 덧붙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로 영화를 구매하는 경우 구매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감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관점으로 영화를 한 번 더 보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잡스’는 영화의 재미보다 사실적 관점에 더 비중을 두어 제작하였고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과 얼마나 비슷한지가 영화 관람의 포인트라는 등의 설명을 추가해 주었다면 나는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한번 더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를 통해 가치가 회복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또한, 영화는 감독이나 제작사가 주는 브랜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영화를 발표한 경우 감독이나 제작사는 영화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가치를 회복 또는 증대시키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행동을 통해서 이후 같은 감독의 영화나 같은 제작사의 영화가 출시될 경우 소비자로 하여금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는 이전 영화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번 분석을 통해서 영화 콘텐츠 구매와 소프트웨어 구매에서 비슷한 점이 많이 발견되었다. 영화, 소프트웨어 모두 최근 데스크톱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나 감독, 프로그래머나 누구인지를 구매 고려대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얼마나 제품이 흥미를 끄는지와 구매 후 어떤 가치를 기대하는지가 구매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소비자의 구매 후 행동관점에서도 영화와 소프트웨어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소비형태의 콘텐츠가 아닌 소프트웨어는 회사나 마케터가 취하는 행동에 따라 영화보다 더 큰 가치회복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위 분석 내용과 내 구매 형태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소프트웨어나 영화 콘텐츠 모두 구매 전, 구매 후 그리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고객 관리가 이뤄져야만 제품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References

  1.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 및 전망 -인터넷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3. 12 Oct. 2013 http://www.kisdi.re.kr/kisdi/common/premium?file=1%7C13188 

  2. “JOBS - In Theaters Today.” 2011. 13 Oct. 2013 http://thejobsmovie.com/ 

  3. “숨바꼭질.” 2013. 13 Oct. 2013 http://www.hideseek.co.kr/ 

  4. “더 테러 라이브.” 2013. 13 Oct. 2013 http://www.theterrorlive.kr/ 

  5.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2013. 13 Oct. 2013 http://www.nowyouseeme2013.co.kr/ 

  6. “스마트폰 가지고 놀던 4살 아이가 13만원 결제 - Chosunbiz - 프리미엄 …” 2012. 13 Oct. 2013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30/20120530026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