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군 이야기
"당신은 아무것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오픈 소스의 불편한 진실과 리치 히키의 일갈
TL;DR Clojure의 창시자 리치 히키는 오픈 소스가 단순한 ‘라이선스 제공’일 뿐, 사용자가 메인테이너에게 기능이나 지원을 요구할 권리(entitlement)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오픈 소스는 개발자의 선의로 주어진 ‘선물’이며, 불만이 있다면 직접 해결하거나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입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SS)가 현대 개발의 근간이 되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메인테이너에게 기업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2018년, Clojure 언어의 창시자 리치 히키(Rich Hickey)가 작성한 이 글은 커뮤니티의 과도한 요구와 메인테이너의 번아웃 사이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오픈 소스의 본질과 기여자로서의 태도에 대해 날카롭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글은 오늘날의 개발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종을 울립니다.
핵심 내용
리치 히키는 오픈 소스 사용자가 메인테이너에게 기여할 권리, 기능을 요구할 권리, 심지어 답변을 받을 권리조차 없다고 명확히 선을 긋습니다. 그는 오픈 소스를 ‘코드와 수정 권한을 주는 라이선스 메커니즘’으로 정의하며, ‘커뮤니티 주도 개발’이라는 개념이 종종 메인테이너의 삶과 시간을 침해하는 집단적 권리 의식으로 변질된다고 비판합니다. Cognitect 팀은 Clojure로 로열티를 받지 않으며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므로, 그들의 시간 사용 결정권은 온전히 그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불만이 있다면 불평 대신 직접 포크(fork)해서 만들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기술적 인사이트
이 글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개념적 무결성(Conceptual Integrity)‘과 ‘커뮤니티의 요구’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보여줍니다. 리치 히키는 다수의 섣부른 기여(PR)가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해치고 기능 비대화(Feature Bloat)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하며,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시장(Bazaar)’ 모델보다는 소수의 전문가가 비전을 이끄는 ‘성당(Cathedral)’ 모델에 가까우며,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의 품질과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메인테이너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기술적 부채를 줄이는 핵심 전략임을 시사합니다.
시사점
개발자들은 오픈 소스 도구를 사용할 때 자신이 ‘고객’이 아닌 ‘수혜자’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에 이슈를 제기할 때 단순 불만이 아닌, 문제 정의와 테스트 케이스, 해결 방안이 포함된 양질의 리포트를 작성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기업이나 팀은 중요한 오픈 소스 의존성에 대해 메인테이너의 지원을 당연시하기보다, 직접 코드를 수정할 역량을 갖추거나 정당한 후원(Sponsorship)을 통해 생태계에 기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무료로 사용하는 도구 뒤에는 누군가의 주말과 저녁 시간이 녹아있습니다. 리치 히키의 말처럼, 부정적인 피드백을 쏟아내기 전에 “나는 이 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생산했는가?“를 자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픈 소스는 권리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점을 기억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