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년 전 같은 해에 노트북과 자동차를 구매했다.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모두 계획적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두 제품을 실제 구매하기까지의 행동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노트북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긴 의사 결정으로 제품을 결정했던 반면 자동차는 짧고 단순한 의사 결정으로 신속하게 제품을 결정하였다.

노트북과 자동차의 가격 차이는 매우 크다. 따라서 이번 구매 방식은 단순히 비싼 제품을 선택할 때 많은 고민과 복잡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는 나의 기존 생각과는 매우 다른 결과였다. 나는 이런 두 제품 선택에서 나타난 구매 행동의 차이를 경영학에서 말하는 관여도(Involvement)의 개념으로 설명해보고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관여도란 특정 상황이나 특정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개인적 중요성이나 관심도를 말한다. Peter와 Olson은 “관여도는 하나의 대상, 사건 혹은 활동에 대한 개인적 관련성 혹은 중요성의 소비자 지각을 말하고 하나의 제품이 개인적으로 적절한 중요성을 가진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은 그 제품에 관여가 되었다고 말해지며 그 제품과의 개인적 관계를 가진다.”1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거나 비슷하거나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관여도의 차이2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 정의에 따르면 내가 구입한 노트북은 고관여 제품에 속하며 자동차는 저관여 제품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노트북을 구입하기까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개인적으로 사용할 용도의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예산에 맞는 원하는 성능, 크기, 무게, 배터리 용량 그리고 브랜드와 A/S 편의성을 고려하여 어떤 제품이 좋은지 조사를 했다. 그리고 최종 HP와 Lenovo 브랜드의 두 가지 제품으로 구매 대상을 압축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구매 대안 중 더 디자인이 맘에 드는 HP의 제품으로 최종 결정했지만 실제 용산 전자상가로 구매하러 갔을 때 마케터의 할인 제안에 따라서 결국 Lenovo 제품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구매 후 나는 키보드 자판 배열이 조금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이것도 점차 익숙해짐에 따라 나중에 이번 결정처럼 복잡하고 긴 과정 없이 같은 브랜드를 좀 더 신속하게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자동차를 구입할 때에는 자동차가 현재 장거리 이동에 따라 필요성을 인식하긴 했으나 개인적으로 기존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낮은 상태였고 고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등급별 가격 차이가 워낙 커 한정된 예산에 구매할 수 있는 자동차 종류 또한 많지 않아 신속하게 구매까지 결정될 수 있었다. 또한, 자동차 구매 시에는 노트북 구매 시와는 다르게 담당 마케터가 대체로 한가지 브랜드만 취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브랜드와 여러 제품을 비교해서 더 좋은 제안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최종 구매 시에도 결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를 구매 후에도 현재까지 만족하지도 불만족하지도 않은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고관여로 구매한 노트북의 경우는 소비자 구매 의사 결정 과정인 문제 인식, 정보 탐색, 대안 평가, 구매, 구매 후 행동의 5단계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저관여로 구매한 자동차는 문제 인식, 간단한 정보 탐색 정도만이 진행되어 고관여일 때보다 의사 결정 과정이 짧고 간단함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노트북의 경우는 구매 후에 사용하는 제품에 만족도가 자동차에 비해 더 높은 편이며 추후 같은 브랜드의 노트북을 더 신뢰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자동차의 경우는 구매 후 다음 아직 까지는 다음 구매 시에 브랜드 신뢰도가 이번 경험을 통해서 높아졌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Laurent 등이 제시했던 관여도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요인 중 위험과 가치3의 관점으로 이 사례를 분석해보면 노트북의 경우 부정적 결정과 잘못 구매했을 때의 위험이 이전에 노트북을 잘못 구매해 경험으로 더 크게 인식되었기 때문에 위험의 점수가 높게 인식되었다. 특정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노트북은 쾌락과 상징성의 의미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치에 대한 점수를 높게 측정할 수 없었다.

반면에 자동차의 경우 이전에 구매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점수가 낮게 인식되었고 높은 가격으로 가치에 대한 점수는 높게 인식되었지만 더 높은 가치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평균적인 수준으로 측정되었다. 결과적으로 Laurent 등이 제시한 관여도 결정 요인으로는 노트북이 자동차보다 가치 척도에서는 낮은 점수가 책정되었지만 위험 측면에서 더 높게 인식되어 고관여의 의사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사례는 Laurent가 제시한 관여도의 유형의 분류인 지속적과 상황적, 감정적과 이성적 중에서는 지속적과 상황적 유형에 더 많은 비중이 있다. 노트북은 쇼핑몰의 신용 카드 등의 추가 할인이 있었다면 결정이 달라질 수는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적인 중심 가치에 의해 제품을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감정적인 쾌락을 선택하거나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하여 결정한 것이 아닌 개인적 중심 가치와 정체성에 의해 결정된 부분이 더 컸다.

이번 사례 분석을 통하여 관여도가 자신의 구매와 소비와 관련된 가치 추구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관여도가 클 수록 소비자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는 것과 구매 후에도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며 이 후 비슷한 분류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분석을 통하여 제품 구매 후에 큰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고관여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추가로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 투자된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단기간 사용하는 제품이거나 소모품인 제품을 고관여로 구입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고관여로 구입하는 것이 제품 구입을 통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References

  1. Peter, J Paul, and Jerry C Olson. “Consumer behavior and marketing strategy.” 7 (2005). 

  2. 송기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관여도에 따른 가치구조 비교.” 사회과학연구 28.4 (2012): 303-328. 

  3. Laurent, Gilles, and Jean-Noel Kapferer. “Measuring consumer involvement profile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1985): 4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