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펙티브(effective) 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소프트웨어 관련 서적의 제목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펙티브 자바1, 이펙티브 C++2, 이펙티브 STL3 등 이펙티브를 제목으로 하고 있는 많은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프로그래머들이 중요하게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에 하나가 소프트웨어를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동작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고 이런 제목의 패턴들은 그들의 관심을 쉽게 끌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최근에 읽은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Effective Programming: More Than Writing Code)4‘도 이펙티브의 제목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나도 이펙티브라는 단어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을 가지고 선택하게 된 건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제프 앳우드(Jeff Atwood)가 그의 코딩 호러(Coding Horror)5라는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예전에 조엘 스폴스키(Avram Joel Spolsky)6가 했던것과 매우 비슷하게 말이다. 심지어 제프는 조엘과 가까운 사이로 공동으로 스택 오버플로우를 창업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 그는 물론 매우 뛰어난 프로그래머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조엘의 쫓는 팔로어(Followers) 정도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프로그래머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이 다수 담겨져 있다. 하지만 글쓴이의 주관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반드시 그가 주장하는 것이 맞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이런 류의 책을 읽는 독자는 그가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지를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다시 재검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러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과 그렇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나는 프로그래머를 여덟 개의 단계로 나누어 분류한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했다. 제프 앳 우드는 프로그래머에는 여덟 단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프로그래머의 최고 단계로는 다익스트라(Dijkstra)7나 도널드 커누스(Donald Knuth)8같이 죽은 후에도 그들의 코드가 쓰이는 죽은 프로그래머의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빌게이츠(Bill Gates)9 처럼 널리 알려져 있고 비즈니스에도 성공한 성공적인 프로그래머도 있으며, 유명한 프로그래머, 이직 걱정 없는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 평균적인 프로그래머, 아마추어 프로그래머, 주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래머가 있다고 정의한다.

여덟 가지 분류 중에 나는 아마 평균적인 프로그래머는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단순히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으로 수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명함에도 프로그래머라고 적혀있고 그 명함을 다른 사람에게 인사차 건네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다행히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 않으니 나는 아마추어나 나쁜 프로그래머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 회사나 나를 원하고 있지는 않고 기술적으로 직장 걱정이 없을 만한 수준은 아니니 그 이상의 단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프 앳우드는 나 같은 평균적인 프로그래머는 자신에게는 자신에게 더 맞는 다른 직업을 찾기를 권하고 있다. 보통 평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소수의 엘리트(elite)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는데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내가 평균적인 프로그래머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조금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나는 그가 단순히 어떠한 과학적 근거 없이 매우 주관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됐다. 나도 그가 했던 것과 비슷하게 경험과 비유를 통해 그의 주장을 반박해본다.

나는 프로그래머는 예술가와 닮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10.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프로그래머를 유명한 예술가에 비유해 그 단계를 설명해 보려고 한다. 다익스트라 같이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을 화가로 비교하면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11 정도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피카소는 주목할 만한 뛰어난 작품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균적인 프로그래머를 화가의 비유에서 찾는 다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12 또는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3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고흐는 어렸을 때 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고 기록한 것을 찾을 수 없고 심지어 신학을 공부하는 등 화가와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청년 이후에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뭉크는 내가 아는한 유명한 작품이 ‘절규(The Scream)14’ 이외에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평균적인 화가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피카소는 분명 뛰어난 화가임이 틀림없고 3만 점에 이르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의 대표작품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을 제외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할 것이다. 단지 피카소를 통해 입체적인 내용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 정도뿐이다. 고흐나 뭉크의 경우는 어떠한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Night Over the Rhone)15‘나 뭉크의 절규는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고 피카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세계에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일반인이 다익스트라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알고 있겠는가? 일반인은 현재 자신이 유용하고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그 소프트웨어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사용할지라도 말이다. 이처럼 꾸준한 평범함이 만들어 내는 가치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그가 주장한 고무오리 문제 해결법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고무오리 해결법이란 상징적인 고무오리에게 자신의 문제를 설명하므로써 설명하던 도중에 문제의 해결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던 것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내 문제를 설명하는 도중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BS에서 방영했던 “공부의 왕도16“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 적 있다. 내용은 미국 명문대 학생들과 우리나라 보통의 학생들을 비교해보면 실제로 어렸을 때에는 우리나라 학생이 더 어려운 문제를 잘 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은 자라면서 그 능력을 꾸준히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혼자 공부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미국 명문대 학생들은 어렸을 때는 기본 능력이 조금 뒤처져 있을지 몰라도 자라면서 여러 사람과 문제를 나누고 서로의 토론을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프로그래머의 세계에서도 여러 사람들과 자신의 문제를 나눌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의는 짧게 하라는 그의 주장에도 공감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회의는 일이 죽으로 가는 장소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어도 회의가 잦아지면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그는 어떤 회의라도 한 시간을 넘기면 안 되고 모든 회의에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가 제안한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회의에서 필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것과 회의 참석하는 것은 선택사항으로 하는 것 그리고 회의를 마무리할 때는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은 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을 읽고 느낀 점들의 기록이다. 이 외에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추후 책을 읽어볼 사람들을 위해서 서두에 말했듯이 책의 내용을 자신에게 맞게 취사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글을 마친다.

References

  1. (2009). 이펙티브 자바(EFFECTIVE JAVA) – Daum 책.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86044768. 

  2. (2008). Effective C++ (이펙티브 C++) - Daum.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blog.daum.net/shuaihan/15437997. 

  3. (2006). 이펙티브 STL - 알라딘.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743118&partner=egloos. 

  4. (2012). Amazon.com: Effective Programming: More Than Writing Code …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www.amazon.com/Effective-Programming-More-Writing-ebook/dp/B008HUMTO0. 

  5. Jeff Atwood (2004). Coding Horror.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www.codinghorror.com/. 

  6. (2003). Joel on Software - 조엘 온 소프트웨어.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korean.joelonsoftware.com/. 

  7. (2006). 데이크스트라 알고리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ko.wikipedia.org/wiki/%EB%8D%B0%EC%9D%B4%ED%81%AC%EC%8A%A4%ED%8A%B8%EB%9D%BC_%EC%95%8C%EA%B3%A0%EB%A6%AC%EC%A6%98. 

  8. (2004). 도널드 크누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ko.wikipedia.org/wiki/%EB%8F%84%EB%84%90%EB%93%9C_%ED%81%AC%EB%88%84%EC%8A%A4. 

  9. (2003). 빌 게이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ko.wikipedia.org/wiki/%EB%B9%8C_%EA%B2%8C%EC%9D%B4%EC%B8%A0. 

  10. (2011). 라떼군 이야기 (Mr. Latte Story): 해커는 화가를 닮지마라. Retrieved August 20, 2013, from http://www.mrlatte.net/2009/09/blog-post_5748.html. 

  11. (2004). Pablo Picasso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Retrieved August 19, 2013, from http://en.wikipedia.org/wiki/Pablo_Picasso. 

  12. (2003). Vincent van Gogh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Retrieved August 20, 2013, from http://en.wikipedia.org/wiki/Vincent_van_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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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파일:The Scream.jpg - 위키백과 - Wikipedia. Retrieved August 20, 2013, from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The_Scream.jpg. 

  15. (2008). File:Starry Night Over the Rhone.jpg - Wikimedia Commons. Retrieved August 20, 2013, from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Starry_Night_Over_the_Rhone.jpg. 

  16. (2010). 공부의 왕도 - EBSi. Retrieved August 18, 2013, from https://www.ebsi.co.kr/ebs/pot/pote/retrieveStdKingIntro.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