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로 퇴근 하는 것이 좋다. 출근 시간에는 시간여유가 없고 교통체증이 어떨지 모르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늦은 시간 퇴근할 때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20분 정도 더 걸린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는 즐거움과 창 밖 저녁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버스를 탐으로써 지연되는 시간과 충분히 바꿀만한 것들이다.

버스에도 명당 자리는 있다. 가장 편하고 사람들을 잘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전기사와 주행 시선을 같이 함으로써 오랜 버스 여행의 피로를 덜하게 하는 자리가 바로 운전수 바로 뒷자리이다. 무엇보다 그 자리가 좋은 건 승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사람들을 관찰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퇴근 길에 버스를 탄 사람, 친구 만나러 놀러 가는 사람, 이 버스를 처음 탄 사람 등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만 봐도 그 정도는 대충 맞힐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우연찮게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버스 안에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피곤한 모습인지, 심지어는 옷에 더러운 것이 묻어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다는 점이다. 누구나 사춘기 때 주위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하고 사소한 외모에도 신경 쓰던 것과 너무 대조적인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하면 그 관심의 정도는 다른 사람들과의 친분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 까지도 알 수 있다. 가족처럼 매우 친한 관계에서는 다른 사람이 못 보는 사소한 것까지도 관심을 갖지만 버스안에서 만난 사이라면 가족들이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것들에 무관심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과의 관계가 마치 웹(Web)에서 말하는 링크(Links)같다는 생각이 들어 링크의 정의를 찾아 보았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링크의 종류인 하이퍼링크(Hyperlink)의 Wikipedia의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In computing, a hyperlink is a reference or navigation element in a document to another section of the same document or to another document that may be on or part of a (different) domain.

모두 알고 있듯이 다른 어떤 것과 연결됨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그렇듯이 인터넷에서도 인간관계에서 말하는 친분관계와 같은 의미로 링크가 존재하는 것이다. 어느 한 웹 페이지가 링크를 통해 친분의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고 이것이 구글(Google)에서 말하는 페이지 랭크(PageRank™)로 관심을 갖는 정도를 표현 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지 랭크라는 것은 구글의 설립자 레리 페이지(Larry Page) 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스탠포드 대학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특정 페이지에 대해 더 정규화된 페이지 랭크를 계산하기 위한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랜덤 웹 써퍼(Random web surfer)가 웹 써핑을 하다 자신의 페이지를 방문할 확률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지 랭크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웹 페이지와의 링크가 많아야 하고 연결된 다른 웹 페이지는 페이지 랭크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 랜덤 써퍼가 자신의 웹 페이지를 방문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유명한 사람들은 페이지 랭크가 높은 웹 페이지와 같다. 이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이 링크로 연결되어 있고 그게 단 방향일 지라도 유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아주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친밀하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웹 페이지의 페이지 랭크를 높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그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팅 시스템들도 사실은 설계자의 사상이 반영된 인간 사회 투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