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김명민 주연의 드라마 ‘개과천선’이 종영하였다. 드라마는 강자의 편에서 변호하던 변호사가 사고로 기억을 잃으면서 약자 편에서 변호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투자 은행의 파생 상품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는 내가 한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라 꽤 몰입하면서 보았다. 비록 드라마 자체는 국내 사건 사고 때문에 미방되면서 흐지부지하게 끝났지만 말이다.

원래 파생 상품은 원 자산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헤지(Hedge) 목적으로도 사용되며, 원 자산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원 자산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들 수 있다는 이유로 투자(혹은 투기) 목적으로도 활발하게 사용된다. 파생 상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거래를 두 가지 과정으로 나누어 생각해 봐야 한다. 하나는 거래 쌍방 간에 흥정을 통해 가격과 수량을 결정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속한 대로 물건과 대금을 주가 받는 후속 절차이다. 일상적으로 이 것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므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두 절차에 의해 거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거래 과정을 분해해 보면 현물(Spot) 거래와 선도(Forward) 거래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현물 거래는 트레이딩과 결제가 현재 시점에 동시에 이뤄진다. 하지만 선도 거래는 현시점에서 트레이딩이 이뤄지고 결제는 쌍방이 합의한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이뤄진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처럼 거래 쌍방 간에 장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미리 약속한 가격과 수량으로 매매하겠다는 계약을 맺는 것이 선도 거래이다.

선도 거래는 거래도 특이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쌍방이 정확히 반대의 니즈(Needs)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거래가 위축되기 쉬운데 이러한 이유로 쌍방 간의 상대 거래인 선도 계약을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표준화 한 상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선물 시장(Futures market)이다. 따라서 선물의 기본 기능은 선도 거래가 그랬던 것처럼 위험을 회피하는 헤지의 기능이 강하다. 현물 포지션과 선물 포지션을 반대 방향으로 설정함으로써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헤지란 근본적으로 손실을 막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선물 투자에 참여하는 목적은 주로 투기(또는 투자) 목적이다. 금융 경제학에서는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투기는 시장에 대한 전망을 갖고 투자보다 더 큰 위험을 추구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선물 투자는 어디 까지나 미래에 대한 약속을 거래한 것이므로 약간의 증거금 외에는 당장 투자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 이후 약속대로 거래를 이행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안정장치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선물 거래에서는 약속 이행을 위해서 청산 시스템(Clearing System)과 증거금 제도가 있다. 청산 시스템이란 선물 계약의 매도자와 매입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거래소가 각각의 상대방이 되어주는 형식을 취한다. 증거금 제도는 모든 거래 참가자들이 계약을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거래 개시 전에 소정의 증거금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며 또 매일의 선물 가격 변동에 맞추어 증거금을 조정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하루하루 증거금을 조정하는 일일 정산(Daily Settlement)가 실행되고 있다.

금융에서의 선물은 환율, 이자율, 주가의 변동성이 왜 1970년대 초부터 높아진 것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전후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성립했던 고정 환율제가 1971년 닉슨 쇼크(Nixon shock)를 계기로 변동 환율제로 이행하게 된 사실 때문이다. 경제 활동 과정에서 여러 나라 통화를 취급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환 위험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환율의 변동은 환 위험만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 이자율 위험, 주가 변동 위험도 초래했다. 즉, 환율과 이자율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것을 이자율 패리티(Interest Parity)라고 한다. 이 원리에 따르면 환율과 이자율간에는 아비트라지가 개입하여 환율이 이자율 변동을 초래하고 이자율 변동은 환율을 변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통화 선물은 선도환 거래를 표준화한 것으로서 국제적으로 상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헤지 목적으로 활발하게 이용한다. 주가 지수 선물을 이용해 주식 투자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의 목적 의도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현물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보다는 금융 선물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은 결코 별개가 아니다. 양 시장 간에는 아비트라지가 작동하므로 가격이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선물 가격은 빠른 속도로 현물 가격에 ‘1+이자율’을 곱한 값에 수렴하게 되는 동시에 아비트라지 기회는 소멸할 것이다. 결국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에 ‘1+이자’를 곱한 값과 같아지게 된다.

또 다른 파생상품인 옵션은 무엇일까? 선물 거래의 단점은 하향 손실(Downside loss)와 상향 이익(Upside Profit)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옵션은 하향 손실의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동시에 상향 이익의 기회를 열어두는 특징이 있다. 옵션은 특정 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사거나 혹은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때 살 수 있는 권리를 콜 옵션(Call Option)이라 하며 팔 수 있는 권리를 풋 옵션(Put Option)이라 한다. 하지만 옵션도 권리이기 때문에 선물과 달리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산이므로 공짜로 손에 넣을 수는 없다. 옵션에도 가격이 있는데 옵션을 사는데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가리켜 옵션 프리미엄(Option Premium)이라고 한다.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주 어려ᅟ운 문제이다. 프랑스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는 옵션 가격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다. 1900년대 초 그는 주가의 움직임을 브라운 운동으로 포착하는 방식으로 옵션 가격을 다루었다. 그 후 1970년대 공동 연구자였단 피셔 블랙(Fisher Black)과 숄스, 머튼 3인이 그때까지 수학적으로 답을 얻지 못했던 옵션 가격을 도출하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공식은 대단히 난해했지만 금융에 고등 수학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옵션 가격 결정의 특이한 점은 본원 가격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는 다는 점이다. 하지만 옵션 가격은 본원적 가치보다 높게 설정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옵션 가격이 본원적 가치보다 높은 때는 아비트라지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옵션 가격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그것은 본원적 가치와 시간 가치이다. 본원 가치는 현물의 가치를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확인하면 된다. 시간 가치는 만기가 많이 남아있을 수록 가격이 높게 되고 콜의 경우 옵션을 발행한 기업이 현금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캐시 플로를 내부 유보할 경우 옵션의 시간 가치가 더 높아진다. 옵션 가격은 원 자산의 가격 변동이 높을수록 시간 가치가 높아지며 이자율이 높은 것도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주가 수익률은 옵션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점 이다.

우리나라에도 옵션을 이용한 복합 금융 상품이 등장했었는데 그것은 바로 키코(KIKO, Knock-in Knock-out)이 그것이다. 키코는 환율의 범위를 지정해 그 안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이 일정한 구간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녹아웃(Knock-out)이라고 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계약이 소멸되어 수출 기업에 불리하며, 반대로 환율이 급등해 구간 위로 올라가면 녹인(Knock-in) 상태가 되어 약정 금액이 원 계약 금액의 수배(레버리지 배수만큼)로 늘어나게 되므로 역시 수출 기업에 불리하다.

키코는 계약 구간 내에서는 계약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다는 것은 은행이 기업에 달러를 풋 옵션으로 판매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환율이 계약 상한을 벗어나 녹인 상태가 되었을 때 계약 환율로 거래해야 하는 것은 기업이 은행에게 달러 콜 옵션을 판매한 것이며, 또 환율이 계약 하한을 벗어났을 때 계약이 실효되는 것은 기업이 은행에게 판매한 콜 옵션을 은행이 행사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거래는 옵션 거래와 매우 유사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출액 이상으로 계약을 맺고 환투기를 벌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키코의 계약이 원천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나는 금융경제에 기본 지식이 없었다. 알고 있었던 지식이라면 고등학교 때 배웠을 법한 이자율, 통화량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관계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를 읽고 나서 금융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금융이 어떤 문제 때문에 생겨나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금융경제학에서 다루는 문제들도 그것이 필요한 이유를 적절하게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단순히 해법에 바로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 위기를 겪었고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IMF 이전과 이후로 나눠보면 IMF 이전 우리나라 국민들은 금융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고 이후 금융의 지식을 쌓고 이전보다 현명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크게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금융을 지배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하였고 이제는 금융의 발전은 현물 시장의 발전을 넘어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스위스의 금융의 역사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급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이미 강대국인 일본 사이에서 현물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금융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Reference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