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전혀 필요 없는 것일까? 최근 규제 완화가 사회의 큰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 규제의 대표적인 기관인 중앙은행은 여전히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오히려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규제하기를 힘쓰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중앙은행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투자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겠다.

만약 화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교환은 ‘이중의 우연에 의한 욕망의 합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에 의해서 만 거래가 이뤄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자급자족해서 구해야 할 것이다. 또 물물 교환의 경제에서 통화라는 공통의 가치 측정 단위가 없기 때문에 거래에 대한 막대한 비용도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즉, 통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분업과 교환이 위축됨으로써 경제 발전이 지체 될 것이다.

화폐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이다. 둘째, 구매력을 보존하거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다. 셋째, 가치를 측정하는 공통의 척도이다. 그리고 화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사용된 물품이 많은 사람에게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물리적으로 운반하기 쉬워야 한다. 셋째,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나뭇잎 같은 것은 화폐가 되지 못하였지만 조개껍데기는 화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화폐는 더 발전하여 주조 화폐의 등장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주조 화폐의 단점은 주조 소재가 되는 금속의 실제 가치와 주조 화폐의 액면 가치가 동떨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만약 액면 가치보다 화폐 가치가 높다면 사람들은 화폐를 녹여서 주조 이익을 취하려 들 것이다. 결국 화폐는 그레 셤의 법칙(Gresham’s law)과 같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항상 일정 순도의 주조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태환 지폐를 사용하기로 한다. 초기 태환 지폐는 은행들이 저마다 발행 했었지만 이후 국가 권위(중앙은행)에 의해 통용성이 부여된 지폐가 등장하게 된다.

메디치 은행으로 부터 시작된 은행 금융의 발전은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이 전통을 이어받아 발전하게 된다.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비셀방크(Wisselbank)는 대출 업무는 하지 않았지만 단일한 통화로 예금 계좌를 개설해주는 혁신을 했으며, 17세기 스톡홀름에 설립된 릭스방켄(Riksbanken)은 지급 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대출 업무도 병행하는 혁신으로 은행 금융의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지급 결제와 대출이 병합된 서비스는 다른 은행에 입금과 대출을 통해 신용 창조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후 런던에 설립된 영국은행(Bank of England)는 국채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영국은행의 주식과 교환(debt-to-equity swap)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은행에는 지폐를 발행할 수 있는 준 독점권이 부여된 셈인데 이것은 중앙은행의 기반을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늘날에 글로벌 금융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앙은행의 설립이 늦어졌다. 그 이유는 주의 권한이 막강하여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각각 별도로 은행 인가권이 있었고 주 인가 은행과 연방 인가 은행으로 은행의 설립이 이원화 되었기 때문이다. 1907년 은행 위기로 인해서 결국 1913년 연준이 설립되게 된다. 이후 미국에서 은행들은 지구별로 설치된 12개의 연방준비 은행 밑에 들어가 감독을 받아야 했고 적정한 지급 준비 예금을 쌓도록 강제 되었다. 은행들은 유사시에 연방준비 은행으로부더 구제 금융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되었다.

오늘날의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국고 출납을 관리함과 동시에 정부의 재정을 보전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지급 준비 계좌를 창설해 주고 전상망을 구축하는 등의 은행들의 금융 시스템의 중심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이기 때문에 통화량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은행은 때로는 정치적인 압력으로 이용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가 전체의 경제와 직결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 없는 독립성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늘날 학계에서는 통화량이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하여 국가 경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빈번히 실패하곤 했다. 그 이유는 케인스가 주장했던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을 통해서 설명이 가능하다. 유동성 함정이란 경기가 불황이 되면 첫 번째 요인으로 저금리 환경에서 사람들은 현금을 보유하기 선호하고 두 번째 요인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낮아 현금 선호가 높아지고 세번째 요인으로 오늘날 은행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 자본 비율 규제로 경기가 후퇴해 불안해지면 은행들은 리스크가 높은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을 가급적으로 줄이고 국채 매입을 늘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의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변화 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목표치를 이자율로 변경하고 있다. 이자율 중에서도 만기 하루인 초 단기 콜 금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의 경우는 금리 시장 기능의 저하를 우려하여 기준금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중앙은행은 장기간 발전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은 통화량과 경기에 영향에서도 보았듯이 어느 하나의 문제를 단순히 해결하기 위해서 시행된 정책은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4년 현재 1990년대 닷컴 버블 이후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구글 등이 이끄는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는 기업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몰라도 투자 받는데 문제가 없다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기 까지 한다. 투자의 활성화는 결국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여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등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적절하지 못한 기초 자산에 대한 투자는 결국 금융 경제에서 살펴봤듯이 결국 큰 문제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지금 1990년대 닷컴 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왜 발생하였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볼 때이다.

Reference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