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써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주류 제품보다는 비주류 제품을 더 많이 써보는 듯하다. 그리고 여러 번 같은 경험을 했다. 주류 제품보다 비주류 제품의 품질이 더 우수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을 많은 이유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나는 1위 제품과 2위 제품의 격차가 크게 발생한 후 시장이 급변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결국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는 쓰라린 경험일 테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제품을 써볼 좋은 기회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이 발전하는 것인테니 말이다.

나는 발전을 위해서 거의 모든 분야에 대체할 수 있는 제품 즉, 대체재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이런 대체재가 많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운영체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Inc.)의 윈도우(Windows), 리눅스(Linux)의 여러 배포판들, 애플(Apple Inc.)의 Mac OS가 있으며 웹 브라우저에서도 Internet Explorer, Chrome, Firefox 등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제품이 시장에 존재해야만 사용자들은 스스로 어떤 제품을 사용할 지 선택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이러한 선택을 직접 함으로써 더 큰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도 정부 권한의 최소화를 원하고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을 바라는 리버테어리언(Libertarian)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고 만족감과 어떤 영향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이런 소신 있는 주관적인 선택이 결국 제품과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절대로 대체할 수 없었던 것, 대체할 수 있을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돈’ 이다. 하지만 2009년 드디어 돈의 대체재가 탄생했다. 그것은 비트코인이다. 이미 비트코인은 국내 언론을 통해서 최근에 보도된 바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버 머니 또는 주식처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무엇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나도 최근까지도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서 돈의 기원부터 따져보자. 돈은 물물교환의 불편함 때문에 생겨났다고 알려졌다. 예전에는 직접 물건을 들고 가서 교환했지만 운송의 불편함 등 때문에 돈으로 대체된 것이다. 지금의 지폐가 있기 전에는 휴대하기 편한 조개껍데기 같은 것들이 돈의 역할은 했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금의 가치를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모든 물건이 금의 가치와 비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금을 직접 휴대하려고 했고 돈 또한 진짜 금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금은 부피에 비해 아주 무거웠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언제든지 금으로 바꿀 수 있는 돈이 생겨났고 금의 무게를 나타내는 파운드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금과 돈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졌다.

돈은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다. 사람들은 더 잘살기 위해서 돈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나도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가본 적이 있는 러시아의 바이칼에서 사는 사람들은 돈이 생기기 전까지 그날그날 호수에서 잡은 생선으로 부족함 없이 살았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욕심도 없었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고 짐작해 본다. 하지만 돈이 생겨나면서부터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그 지역 사람들은 호수의 생선들을 모조리 잡기 시작했다. 결국, 누구도 비난할 수 없지만, 바이칼은 생선은 씨가 말랐고 단기적으로 돈을 벌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더 이상 예전처럼 부족함 없이 살 수 없었고 행복할 수도 없게 되었다.

축적에 대한 폐해는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광야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여기서 하나님이 매일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신다. 처음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일 매일 주시는 양식에 만족하였지만, 점점 꾀를 내기 시작하여 많은 양식을 한 번에 비축하려고 했다. 결국, 그들은 벌을 받고 40년간 광야에서 떠도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 당시 돈이 있었는지 나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이 기록된 사실은 사람들의 욕심이 지금의 돈의 축적과 같은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돈의 축적은 우리에게 많은 나쁜 영향을 미쳤다. 사실 세상 사람 모두가 돈을 축적하려고 하고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 돈을 모아서 사람들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 투자하였고 당연히 돈과 관련된 많은 상품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자금을 투자받아 성장하는 큰 기업들도 생겨난다. 그런데 미국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파산 사태와 비슷하게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만한 회사가 파산하게 되면 국가는 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돈을 마구 찍어낸다. 돈을 국가가 관리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결과로 시장에 돈의 양이 많아지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 피해는 돈을 축적하고자 노력했던 모든 사람들이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재 이런 돈의 폐해 때문에 생겨났다. 비트코인은 나가모토 사토시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알고리즘에 안정성이 충분히 검토되었다. 여담이지만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나가모토 사토시는 실제로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일본의 천재 교수인 모치즈키 신이치가 아닐까라고 추즉하고 있다. 나가모토 사토시가 누구이든 간에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비트코인이 특이한 것은 관리 주체는 특정 정부, 단체가 아닌 비트코인 P2P(Peer-to-peer) 네트워크 참여자에 의해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점에서 기존 돈과는 다르다. 그리고 철저하게 익명이 보장된다. 위 두 사실을 종합해보면 국가에서 내가 비트코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발행할 수 있는 양도 2009년부터 향후 100년간 2,100만 코인으로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서 정해져 있어서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사회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안전하게 검증되었지만, 현재 실제 돈과 비트코인을 교환할 때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거래소와 관련된 해킹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최대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 곡스(Mt. gox)의 해킹사례는 비트코인 세계에서 크게 이슈된 바 있다. 또한, 비트코인의 익명의 특징을 이용해 투자사기, 범죄, 돈세탁에 이용되리라는 것도 우려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미 잘 갖춰진 커뮤니티가 성공을 이끌고 있다. 비트코인은 초기에 anonymousspeech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런 비판을 검증하고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금의 리눅스가 탄생하게 된 것도 초기에 리눅스 자체가 뛰어났다기보다 커뮤니티를 잘 구축해왔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제품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가 중요한데 비트코인은 이미 그 점에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한 셈이다. 그리고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비트코인에 투자되고 있고 중국 최대 사이트인 바이두(baidu.com)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할 만큼 사용이 활발하다. 참고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도 미국 다음으로 중국이다.

비트코인은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대단한 이유는 그 회사의 기술력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아이튠즈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새롭거나 기존의 이미 있었던 플랫폼을 변형하여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고자 하였다. 이렇게 플랫폼이 구축되면 지속적인 성공이 보장된다. 이들 기업과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돈’ 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비트코인의 플랫폼이 구축되고 나면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상품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비트코인은 시세변동이 아주 심하다. 시세 안정성은 돈의 역할을 할 때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비트코인은 이러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보면 한화로의 가치가 1 비트코인당 하루에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로써 나타나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생각해보면 화폐의 대체재인 비트코인이 비트코인 만으로써 절대적인 가치를 식별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커피 한잔에 절대적인 가치가 현금으로 4천 원이라면 이를 항상 비트코인의 시세로 계산해야 된는데 이런 변환 과정에서 사람들은 혼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절대적인 비트코인 가격의 인식이 자리잡기 힘들게 된다. 시세안정과 비트코인만의 독립적인 가치를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 비트코인이 성공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탄생했을 때 그 기술에 대해 낙관하는 목소리와 비관하는 목소리는 항상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전화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도 그랬고 인터넷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도 그랬다. 심지어 최근 스마트폰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도 낙관과 비관의 목소리는 항상 공존해왔다. 비판적으로 낙관하는 목소리를 수용하고 비관하는 목소리에 대해 보완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비트코인이 정말 화폐의 판도를 바꿀까? 나는 화폐의 판도까지는 아니어도 새로운 플랫폼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