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건상 여행을 자주 하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들은 비록 지금은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것도 있지만 기억들은 아직 생생하다. 나는 해외여행을 특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와 해방감들은 해외 등 먼 거리로 여행을 갔을 때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 여행으로써 이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는 여행지의 안전, 사람들의 친절 등과 같은 부분도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봤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보다 호텔의 선택이었다. 여행지에서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각종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지친 몸을 회복 시켜주고 때로는 안전한 보호막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같은 뜨내기손님을 호텔의 우량고객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호텔 조식뷔페의 질을 따지고 다니긴 하지만, 우량고객이 아닌 내 의견을 호텔 입장에서는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와 같은 고민에 앞서 우량고객을 정의해 보고자 한다. 우량고객은 기업과 장기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수익에 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말한다. 그리고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를 인식하는 고객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나같이 어쩌다 한 번의 여행으로 단기적이거나 단발성 관계를 호텔과 맺고 큰 돈도 지불하지도 않으면서 호텔이 우량고객을 위해서 더 신경 써서 제공하는 비즈니스 서비스나 편의 시설에는 가치를 느끼지도 못하고 조식뷔페의 메뉴 같은 것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결코 우량고객이라고 할 수 없다.

우량고객에게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량고객은 기업 전체 수익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기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은행의 상위 20%의 고객은 전체 은행이 지출하는 서비스 비용의 3~4배의 매출을 가져다주고 하위 20%는 매출의 3~4배 이상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의 상위 20% 고객은 평균 17년 이상의 관계를 지속하면서 47,000 달러의 비용을 사용하지만, 하위 20%는 평균 1.5년 이하의 관계를 맺고 100달러의 비용 만을 사용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파레토(Pareto)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 결과는 기업은 상위 20% 고객에게 서비스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 호텔의 경우 어떻게 우량고객 즉, 상위 20% 고객을 선별해 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매출 순위로 상위 20% 우량고객을 선별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집중하기 위해서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매출 순위 데이터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제대로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거래 빈도, 기여 금액, 장기적 관계 수준, 직장, 나이, 성별 등 호텔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과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유의한 집단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위 과정을 통해서 우량고객을 선별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선별된 우량고객은 고객 세그멘트별 마케팅투자비용대비 수익률 (ROI, Return On Investment)을 분석해 보면, 대체로 우량고객층으로 갈수록 반응률이 높아져 고객생애가치(CLTV, Customer Lifetime Value)가 증대하므로, 고객세그멘트별 차별화된 마케팅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추가로 호텔에서 우량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면 단순히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 이용하고 있는 마일리지 제도를 사용 가능한 방법의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방법은 만약 가격 민감도가 떨어지는 집단으로 확인되었을 경우 마일리지 제도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므로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 또한, 마일리지 제도는 자발적 우량고객 보상과는 차이가 있고 가격 민감도가 있는 고객에게 의도적으로 해당 서비스에 락인(Lock-in) 시키는 요소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와 반대되는 고객 성향이라면 마일리지 보다는 무형적인 보상이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념일이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경우 따로 연락을 취하거나 연계된 서비스의 픽업 서비스 등 고객의 편의를 위한 부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교차판매와 업셀링(Up-Selling)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교차판매란 여러 가지 상품 라인을 가지고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전체적인 판매를 증가시키는 판매 기법이다. 즉, 양복을 구매한 고객에게 넥타이도 판매하는 것이다. 업셀링은 우리 기업에서 100원의 구매액을 지출하던 고객에게 알맞은 상품을 추가로 제안함으로써 1,000원의 구매액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호텔에서 교차판매는 생각하기 쉽지는 않으나 만약 우량고객이 중년의 재력이 있는 여성이라고 분석되었을 경우 또 다른 분석을 통해서 중년 여성의 관심사를 도출해 낼 수 있고 그에 해당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교차판매의 방법으로 재력 있는 해당 연령의 중년 여성의 경우 다이아몬드와 명품 브랜드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이 추가로 분석되었다면 호텔 내부에 이와 관련된 상품을 전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업셀링의 방법으로 구매한 고객에게 할인된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호텔 서비스와 연결하여 객실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해주거나 또 다른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내 경험에 비추어 호텔 서비스에 대해 우량고객 관리 방법을 고민해 봤는데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들 중에도 분명 상위 20%의 우량고객과 하위 20%의 비용만 발생시키는 고객으로 분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큰 고객을 우량고객으로 착각하여 잘못된 방법으로 제품을 개발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개발에 참여했던 제품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했었다. 나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었는데 불만 고객의 의견을 잔해들은 나는 쉽게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때로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때로는 거절할 수 없는 업무 지시가 있기는 했지만 그 의견에 대해서 우량고객등의 분석을 통해서 적절하게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중요한 기능의 시기를 놓치고 더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런 제품 개발 방향은 중요한 우량고객에게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공할 수도 없었다. 제품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량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포함해 어떤 산업이든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 전략에는 당연히 타깃으로 삼은 고객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서비스에서 롱테일(The Long Tail) 법칙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우량고객이 아닌 고객에게 개인화 서비스 등을 이용해 매출에 상당히 기여한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타깃의 고객 즉, 우량고객들에게 어떻게 더 많은 효용을 가져다 주는 것 인지가 그 제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나의 생각과 경험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본 글을 읽은 독자들이 관여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