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은 사람이 풀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이메일(E-mail)은 정보 교환 및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해결 했으며 페이스북(Facebook)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구글(Google)은 사람들이 정보를 신속하게 찾기 원하는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인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프로그래머들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제대로 해결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문제 인지를 파악해야 한다1. 예를 들어 어느 날 당신의 상사가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공인인증서2로 서명해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라고 지시할지도 모른다. 샵메일(#mail)3등을 의무화하는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안전한 통신을 하기 위함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이 지시만을 통해서 알기 어렵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가 누구의 문제인지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지 또한 파악해야 한다. 문제란 바라는 것과 인식의 차이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허상의 문제가 진짜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짜 문제를 알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

상사가 제시한 공인인증 시스템을 모두 적용한다고 해서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문제가 보안과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하고 외국에서는 지금까지 공인인증서 없이 안전하게 인터넷 뱅킹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례와 공인인증서를 의무화 한다면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등 때문에 SSL(Secure Socket Layer)4만 적용하고 추가로 비교적 간단한 시스템 변경만 해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설득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상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지 못할 수도 있다. 거짓말 같지만 정말로 그런 상사가 있다. 어떤 경우에 여러분은 일부러 어려운 일을 한 것처럼 오랜 시간을 끌어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처음 SSL을 적용해야 한다는 느낌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

계속된 설득과 토론 끝에 여러분은 상사 자신이 실제로 우려하는 부분은 보안의 기술적 문제보다는 보안 취약으로 자신의 이메일 등의 내용이 변조되어 본인이 피해 입기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어려운 점은 지금 이것이 여러분 본인의 문제로 생각하기보다는 제삼자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분은 이 문제가 본인의 문제이며 가까운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접근해야 문제의 본질에 집중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즉, 당사자가 문제를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변화를 위해서는 당사자 본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과 못하는 학생들의 차이점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험도 잘 보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예전에 ‘의도를 파악하라’5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숨겨져 있기 마련이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를 접한 여러분은 문제가 어디서 부터 비롯된 것인지 근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다시 공인인증서 얘기로 넘어가서 여러분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확실한 해결 방법을 상사에게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상사는 무조건 공인인증서를 적용하는 시스템으로 변경을 원할지도 모른다. 마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관심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공인인증서 관련 협력 업체에게서 이미 커미션(Commission)을 챙겼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문제를 정말로 풀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가 그렇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풀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이라 예상한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비도덕적인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성경에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7:12)라는 구절이 있듯이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도덕적이고 정직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면 스스로부터 도덕적이고 정직해야 한다. 한번 정직하지 못한 이후에는 마치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이 지금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한다. 자신에게 정직하라.

References

  1. (2013). 대체 뭐가 문제야? (신판) 도서출판 인사이트. Retrieved September 22, 2013, from http://www.insightbook.co.kr/books/individual/%EB%8C%80%EC%B2%B4-%EB%AD%90%EA%B0%80-%EB%AC%B8%EC%A0%9C%EC%95%BC-%EC%8B%A0%ED%8C%90.

  2. (2007). 공인인증서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Retrieved September 22, 2013, from http://ko.wikipedia.org/wiki/%EA%B3%B5%EC%9D%B8%EC%9D%B8%EC%A6%9D%EC%84%9C. 

  3. (2012). 샵메일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Retrieved September 22, 2013, from http://ko.wikipedia.org/wiki/%EC%83%B5%EB%A9%94%EC%9D%BC. 

  4. Margaret Rouse (2011). What is Secure Sockets Layer (SSL)? - Definition from WhatIs.com. Retrieved September 22, 2013, from http://searchsecurity.techtarget.com/definition/Secure-Sockets-Layer-SSL. 

  5. (2011). 라떼군 이야기 (Mr. Latte Story): 의도를 파악하라. Retrieved September 22, 2013, from http://www.mrlatte.net/2009/09/blog-post_43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