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어떤 일에 의도적으로 무관심할 때가 많다. 무관심을 조금 나쁜 의미로 얘기하면 참견하지 않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정치, 사회, 경제 또는 특정 사람 등에 대해서도 의도적으로 무관심할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러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통의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것에 관심을 두는 순간 관련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일과 관련되어서는 더 무관심한 편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업무시간에 상당히 조용한 편인데 이런 사무실에서 때로 작은 소리의 토론이라도 벌어진다면 모두에게 공유되고 만다. 그 토론이 나와는 상관없는 주제일지라도 만약 그것이 내 생각과 다르다면 나는 그 대화에 개입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끔 내가 대화에 개입하는 때도 있는데 그것은 지금 내가 관심 갖지 않으므로 결정된 결과가 미래 내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것일 것이다. 이처럼 나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 나에게 미치는 스트레스의 강도에 따라 행동하는 ‘스트레스 원칙’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개발 작업은 매우 정교하고 논리적이어야 하기므로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요즘은 paper work가 많아서 예전만큼 집중해서 코딩 작업을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개발 시간에는 대체로 다른 외부 자극으로부터 무관심하려고 하고 있다. 집중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이것은 집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실수로 미래 나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돌아오기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때론 다른 사람의 토론이 이런 나의 노력의 방어막을 뚫고 집중력을 깨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실 나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지만, 이 경우에도 나는 그 순간 ‘스트레스 원칙’에 따라 개입할지를 결정한다.

개발할 때 때로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코드를 봐야 할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많은 코드를 봐왔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작성한 코드를 봤을 때 고치고 싶지 않았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볼 때 버그가 있어 현재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이전 코드를 작성한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일지라도 더 좋은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성된 코드에는 그 사람의 성격 그리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들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로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도 ‘스트레스 원칙’을 적용하는데 지금 수정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로 나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 예상되지 않으면 그 코드에 손대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깨달은 놀라운 사실이 있다. 무관심에 관한 것인데 무관심을 영어로 ‘indifference’라고 하고 ‘평범’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스트레스 원칙’이라 정의하여 무관심했던 일들을 ‘평범’이라는 단어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것이 평범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떠한 뛰어난 의견을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자기방어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것들이 정말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었을까?

비범한 능력을 발휘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그의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가 요구하는 것들이 평범했다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그토록 많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결론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평범한 사람이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적었다면 현재 애플의 위대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스트레스 원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가 했던 말 “We’ve got to put a lot of money into changing behavior.”처럼 행동을 변화 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므로 당장 내가 이런 ‘스트레스 원칙’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먼저 뛰어난 성과 뒤에는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따르기 마련인 것을 인정하고 그 스트레스가 모두 정당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중에 있을 수 있는 비범한 의견을 놓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지금처럼 무관심만으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내 주위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나와 다른 의견, 때로는 더 좋은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를 다시 생각해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트레스 원칙’을 다듬어서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 자신을 이끌어 가고 싶다. 타인에 대해 존중하며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면서 스스로 나 자신에 무례(disrespect)하지 않는 태도는 쉽지는 않지만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